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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9일 목요일

천안함 유족이 쓴 편지

존경하는 이명박 대통령님

지난 4월29일, 천안함에서 희생된 46명의 장병들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마지막길에 함께하시어, 장병 한사람, 한사람에게 직접 훈장을 추서해 주시고 유가족들을 위로해 주신 점에 대하여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앞서 위험을 무릅쓰고 백령도 현장을 찾아 구조작업을 독려해주시고, 공개적인 연설을 통해 장병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호명하시며 뜨거운 눈물로 비통함을 함께 나누어 주시는 등 대통령님께서 보여주신 일련의 모든 모습에 저희 가족 일동은 감동과 함께 다시 한번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희생된 장병들이 마지막 영면에 이를 때까지 세심히 살펴주시고 국가 차원에서 최고의 예우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비단 저희 가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모든 국민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에 국가는 최선과 최고의 예우로 보답한다는 것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로 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이제 모든 아픔을 가슴속에 묻은 채 어쩔 수 없이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저희 유가족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몇 가지 간곡한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천안함에서 희생된 46용사와 아들, 남편, 형제를 잃은 아픔을 평생토록 품고 살아가야 하는 유가족들을 결코 잊지 말아 주십시요. 시간은 오래지 않아 모든 것을 빠르게 지워 나갈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은 살을 깎아내고 뼈를 갈아내는 심정으로 구조작업을 포기하고, 귀환한 장병들의 시신을 수습하기도 전에 장례를 결정하고, 끝내 돌아오지 못한 장병들은 빈관에 옷가지를 넣어 46명을 함께 떠나보내는 결단이 이어졌던, 숨쉬기도 버거울 정도로 힘들고 아픈 선택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저희를 이용하려는 (                ) 접근과 유혹도 적지 않았으나, 이 역시 희생된 장병들의 명예와 가족들의 진의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단호히 거절하였습니다. 이런 결단의 순간마다 저희 가족들은 해군 가족으로서의 명예와 함께 해군과 정부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입술을 깨물며 의연하게 뜻을 모았습니다.

지금, 저희 가족들 중에는 정량이상의 수면제로도 잠을 청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해군과 정부를 믿고 모든 안타까움을 접어야만 했던 저희 가족들에게 면면을 살펴 보듬어주시는 대통령님의 변함없는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립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저희 가족들은 저희의 아들이, 남편이, 형제가 그랬던 것처럼, 충무공의 후예임을 자부하며 필승의 각오로 불철주야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켜온 2함대 사령부와 해군의 모든 장병들이 이번 일로 크게 낙심하여 용맹한 필승의 기상을 잃지나 않을까 내심 많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유가족 일동은 저희를 한가족으로 여기며 아픔을 함께 나누고 모든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해군이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더욱 분발하여 보다 강하고 튼튼한 대양해군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합니다. 

이에 대통령님께서도 저희 가족들의 간절한 희망을 이해하시여 해양국가 건설에 초석이 될 막강해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고 격려해주시고 힘을 실어주시기를 머리숙여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수많은 국민들께서 저희 가족들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위로와 격려, 관심과 성원을 한곳으로 모아, 국가안보의 소중함을 깨닫고, 굳건한 반석위에 이전보다 더 강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승화시켜 나갈수 있도록 해주십시요.

바쁘신 국정운영 중에도 두서없는 미문을 끝까지 읽어주신 것에 대하여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조석의 기온차가 심한 날씨에 부디 건강 상하지 않으시길 희망하며 두서없는 미문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2010년 5월5일

천안함 전사자협의회 대표

나재봉, 이정국 올림